대부분 ‘홍어’ 하면 대부분 전라남도 흑산도를 떠올린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장 많은 홍어가 잡히는 곳은 인천 대청도다. 
이 섬에서 잡힌 홍어는 전국 유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약 90%가 목포로 보내지고 나머지는 인천으로 향한다. 

하지만 대청도 주민들은 홍어를 삭히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이 섬에서는 삭힌 홍어를 파는 식당도 없다. 
보통 홍어는 회로 먹거나 말려서 볶아 먹는다. 
대청도에서는 홍어를 직접 손질하고 맛볼 수 있는 ‘회 뜨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홍어 회뜨기 순서
01
가장 먼저 홍어의 배를 갈라 ’애(간)’를 꺼냈다. 
손질한 애는 따로 접시에 담아두고, 
내장을 제거한 뒤 껍질에 묻은 진액을 깨끗이 닦아냈다.
02

홍어 껍질은 질기고 미끄러워 손으로 직접 벗기기 쉽지 않다. 
모래울동 마을에서는 체험객이 껍질을 쉽게 벗길 수 있도록 
전용 도구 ‘방울지게’를 개발했다.
방울지게를 이용해 껍질을 벗기자 하얗고 탱탱한 살이 드러났다.
03
연골을 따라 8등분한 뒤 회칼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눕혀 살결을 따라 얇게 썰어냈다.  
얼핏 보면 복잡해 보이지만 순서를 익히고 나니 
손질은 생각보다 수월했다.
전통어법 '주낙'이 지켜낸 섬의 맛

“홍어는 원래 삭혀 먹는 음식이 아니었어요. 
육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생겨난 발효 방식이죠.
대청도에서는 삭힐 필요가 없으니까 회나 말려서 먹어요.”

그는 고려시대 때 전남 영산도 주민들이 
나주 인근 영산포로 이주하면서 홍어를 가져갔고, 
강을 따라 며칠씩 이동하는 동안 자연 발효가 이뤄져 
삭힌 홍어 문화가 생겨났다고 전했다. 

반면 대청도 주민들은 바다에서 바로 건져 올린 홍어를 
신선하게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굳이 삭힐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홍어가 다량으로 잡히는 건 
대청도만의 전통적인 어업 방식인 ‘주낙어업’ 덕분이다. 
주낙은 길게 늘인 줄에 수백 개의 미끼 바늘을 다는 어법이다.  

“마을 어르신 가운데 고(故) 이동원 선생님이 북한 진남포 어민과 함께 주낙 방식을 개발하면서 지금의 홍어 주낙어업이 자리 잡았죠. 한 줄에만 바늘이 400~500개나 달리는데 물길만 제대로 읽으면 수십 마리의 홍어가 한 번에 걸려듭니다.”
IMG_7532_2.JPG


하지만 유통 시스템에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말린 홍어는 식품 가공품으로 분류돼 가공·포장 과정에 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옹진군에는 이를 처리할 시설이 없어 대부분 전북 군산 등 다른 지역에서 가공하고 있다. 
유통비용이 크게 늘어나 소규모 판매에 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김 위원장은 “대청도처럼 원물이 풍부한 섬에서 직접 가공까지 할 수 있도록 
인천시나 옹진군에서 식품가공센터를 지어줬으면 좋겠다”며 


“생홍어뿐 아니라 쫄깃하고 담백한 말린 홍어도 대청도 지역 특산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 섬, 하다 >

< 섬, 하다 >는 인천 바다 끝에 사는 섬 주민들 이야기다.

대청도와 소청도에서 10억 년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서풍받이와 나이테바위, 모래가 만든 해안사구, 117년간 불을 밝혀 온 소청등대까지 섬의 삶과 변화를 기록했다.


​​
진짜_나라(0001).jpeg
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