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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열어준 길,
대이작도
풀등
의 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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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등을 밟으려면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합니다.”
가을 하늘이 파랗던 2025년 9월 9일 오후 1시쯤 찾은 인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바다 한가운데 나타난 거대한 모래벌판인 풀등에서 김유호(59) 풀등유선 선장은 이같이 말했다.
풀등은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 3~4시간 정도 드러나는 신비로운 모래 섬으로 ‘풀치’라고도 불린다. 길이 수백m에 달하는 모래톱은 조수 간만의 차에 따라 하루 2번 열리고 닫힌다.
그 모습은
‘바다가 빚어낸 예술품'
이라
는 표현이 어울린다.
김 선장은 “기상 상황과 선박 조건을 다 갖춰야만 풀등을 밟을 수가 있다”며 “지난해 대이작도 관광객이 5만 명이고 그중 약 2%인 800여 명 정도만 풀등을 밟아봤다”고 말했다.
비건
이날 대이작도 선착장에서 내려 풀등에 가기 위해 풀등유선에 올랐다.
풀등유선을 타고 10여 분을 달려 대이작도 풀등에 도착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모래 섬을 둘러보니 연흔(물결 흔적)과 파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연흔은 바람에 의해 모래 위에 만들어지는 물결 모양의 흔적이다.
01
한 발자국씩 걷다가 휴식을 취하려고 멈추니 빠르게 움직이는 작은 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게는 몸을 감추기 위해 구멍까지 재빠르게 이동한 뒤 모래 속으로 쏙 들어갔다. 그 주변에서는 게가 먹이를 소화한 뒤 입으로 내뱉어 만든 동그란 흙뭉치도 볼 수 있었다. 이는 갯벌 생태계의 한 부분이다.
풀등 면적은 물때에 따라 달라진다.
김유호 선장은 “풀등 면적은 작게는 3305㎡(1000평), 크게는 247만9338㎡(75만 평)에 달한다”며 “대이작도 면적이 75만 평이다. 물이 제일 많이 빠지는 설날에는 대이작도보다 더 큰 면적의 풀등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어민들이 풀등을 건너며 그물과 조개를 챙겼다.
지금은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공간이 됐다.
여름철이면 풀등 위에서 사진을 찍거나 조개를 줍는 가족 단위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대이작도 주변 해역은 2003년 12월 풀등을 포함해
해양생태계 보호구역
으로 지정됐다.
지정 당시 풀등 면적은 여의도의 309배에 달했다.
김 선장은 “과거 해사(바닷모래) 채취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해양수산부에 대이작도 바다를 해양생태계 보호구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었다”며 “보호구역 지정 이후 해양생물 포획과 채취는 물론 해사 채취도 금지됐다”고 말했다.
AND
풀등과 함께 삶을 이어가는
대이작도 주민들은 이 소중한 자연 유산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힘쓰고 있다.
김 선장은 “대한민국에 풀등은 많지만 그중 대이작도 풀등이 제일 크다”며 “주민들은 풀등을 아끼고 홍보하며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이작도=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 섬, 하다 >
< 섬, 하다 >.인천 바다 끝에 사는 섬 주민들 이야기다.
대이작도에서 바다가 열어준 길인 풀등부터 주민들로 구성된 섬 밴드 이야기, 그리고 곤쟁이를 잡던 전통 어법까지 섬의 삶과 변화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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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