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2층 높이로 쌓인 폐그물 산 위에서는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게 다 암모니아 가스예요. 그물에 붙은 꽃게가 썩으면서 나오는 거죠.”

김기호(63) 연평바다살리기 이사



적치장 한쪽에는 부표, 밧줄, 통발, 플라스틱, 타이어까지 온갖 해양쓰레기가 
분류되지 않은 채 쌓여 있었다. 

김 이사는 “연평도에서 매년 약 1500t 가량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는데, 
옹진군이 처리할 수 있는 양은 1200t 수준”이라며 “해마다 300t씩 정도는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적치장에는 계근대가 없어 해양쓰레기가 
실제로 얼마나 쌓여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옹진군은 이 적치장에 폐그물이 800t
부표·통발 등 해양쓰레기가 80t 정도 
적치돼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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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폐그물 산은 빙산의 일각이에요.
바다에서 그물을 건져 올리면 
반은 고기, 반은 쓰레기이죠. 
문제는 그물을 가져와도 처리할 곳이 없다는 거에요.”

연평도에는 해양쓰레기 소각장이 없다. 
폐그물이나 폐어구는 관련 법령상 
일반 생활폐기물과는 별도로 분류돼 
일반 소각장에서는 처리할 수 없고, 
남동구나 서구 등 전용 소각장이 있는 육지까지 배에 실어 옮겨야 한다.

해양쓰레기는 연평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조업 과정에서 어획물만 실리고, 
사용된 그물이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도 있다.

바닷속에 가라앉은 폐그물은 해양 생물을 계속 잡아들이며 ‘유령 어업’의 원인이 된다.


“연평도 어민들은 여건상 사용한 그물을 마을로 회수하지만 
24시간 조업이 가능한 일부 지역에서는 그물 수거가 쉽지 않아요. 

10년만 지나면 인천 바다가 온통 그물 밭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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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호 연평바다살리기 이사는 
“꽃게가 그물을 뚫고 도망가니까 어민들이
 잘 안 쓰려고 한다”며 

“지금처럼 생분해 어구만으로 
해양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양 쓰레기 전용 소각장 설치뿐만 아니라
 어구 실명제와 같이 쓰레기 자체를 줄일 수 있는 
정책도 같이 움직여야 한다”며 

“바다가 병들면 결국 사람도 병든다. 

지금부터라도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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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하다 >

〈섬, 하다〉는 인천 바다 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평도에서는 꽃게와 저어새, 해양쓰레기, 포격의 기억까지 
섬의 하루를 눈으로 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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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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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