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     박     이     물     범     이     찾     는     섬              

      서  해  최  북  단,  백  령  도  에  서  마  주  한  공  존  의  바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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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어엉, 끄르르르륵.”

2025년 6월 24일, 바닷물이 빠지는 간조 시간에 맞춰 오전 10시쯤 찾은 백령도 하늬해변. 백령도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점사모) 회원 6명과 함께 망원경으로 점박이물범을 모니터링하던 중 갑자기 동물이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모니터링을 진행한 문영희 점사모 회장은 “점박이물범들이 자리 다툼을 할 때 내는 소리”라고 설명했다.

점박이물범은 주변 바다를 헤엄치다 바닷물이 빠지면 바위 위에 올라앉는다. 햇볕이 내리쬐면 그 위에서 몸을 말리기도 한다.

취재진이 해변에 도착했을 당시 망원경으로 확인한 점박이물범은 1~3호 바위에서 총 5마리가 관찰됐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물이 더 빠지자 개체 수는 최대 35마리까지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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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령도 내 점박이물범의 주요 휴식지는 총 세 곳으로 하늬해변과 연봉바위, 두무진이다.
2024년에 발간된 ‘백령도 점박이물범 주민 모니터링 5년 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은 약 1500마리에 불과하며, 이 중 백령도에서는 최대 324마리가 관찰됐다.
점박이물범은 봄에 백령도를 찾아와 늦가을까지 머문 뒤 중국 랴오둥만 등으로 이동해 겨울을 난다.


백령도 주민들 얘기를 들어보면 40~50년 전까지만 해도 
백령도 해변 근처에서는 
점박이물범을 흔히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점박이물범은 주변에서 미역이나 조개를 캐는 주민이 있더라도 그들을 경계하지 않고 해변에 머물렀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점박이물범은 백령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후 2003년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듬해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 실태조사가 시작됐다.

이어 인천녹색연합과 주민들이 합심해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게 됐고, 그러면서 그때부터 사람과 점박이물범 사이의 공존이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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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이 백령도를 다시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음숙 백령·대청지질공원 해설사는 “백령도 해안은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며 “점박이물범은 까나리나 우럭, 놀래미를 주로 먹는데 1마리가 하루에 약 8~10㎏ 정도를 섭취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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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백령도 인근 대청도와 소청도 일대에서도 점박이물범의 서식이 확인되고 있다.

인천녹색연합이 지난 2024년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대청도와 소청도 일대에서 현장 조사를 실시한 결과, 23일에는 대청도 옆 갑죽도 해안에서 점박이물범 2마리가, 25일에는 소청도 등대 인근에서 2마리가 발견됐다.

문영희 회장은 “소청도 등대 바위 아래에서도 점박이물범을 볼 수 있다”며 “백령도를 찾았던 물범들의 서식 반경이 대청도까지 넓어진 것인지, 아니면 개체 수가 증가한 것인지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난도 치고, 눈도 맞추고…섬과 닮아가는 물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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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뱃소리가 조금만 나도 점박이물범들이 물속으로 사라졌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하고 가까워져서 배가 오면 고개를 내미는 애들도 있어요.”

문영희 회장은 점박이물범과 백령도 주민 간의 관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백령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은 까나리다. 까나리 조업 기간은 4~7월로 백령도 어선들은 6월 현재 바다에서 한창 까나리 조업 중이다.

까나리는 점박이물범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바다 자원이다. 하지만 점박이물범이 까나리를 먹기 위해 어민들이 설치한 어망을 찢는 일이 종종 발생해 과거에는 어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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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박이물범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으며, 이제는 체계적인 보호와 연구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백령도 하늬해변 인근인 백령면 진촌리 140의2 일원에는 ‘백령 생태관광체험센터’가 2026년 5월 준공될 예정이다.

이 센터는 점박이물범을 비롯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를 보호하고, 생태 교육과 체험, 연구가 가능한 복합 공간으로 조성될 계획이다.
박정운 단장은 “점박이물범의 멸종을 막고 야생동물들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나가는 것이 우리들의 활동 목표”라며 “그 과정에 주민이 직접 참여함으로써 생태관광 등 지역에도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섬, 하다 >

< 섬, 하다 >. 인천의 바다 끝에 사는 섬 주민들 이야기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선 북녘을 마주한 채 물질을 이어가는 해녀와 점박이물범, 그리고 주민들이 즐겨먹던 냉면까지 섬의 삶과 변화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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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수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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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