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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최전선에서 전하는 평화

2025년 6월 23일 오후 2시쯤 
인천 옹진군 연평도 평화안보수련원 운동장.
따갑게 내리쬐는 햇살 아래 
운동장 한켠에 마련된 견사에서 
풍산개 한 마리가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일곱 살 암컷 풍산개 ‘햇님’이다. 이곳 연평도에서만 7년째 살아오고 있다.

견사 근처로 다가가자 햇님이는 꼬리를 천천히 흔들며 시선을 맞췄다. 문이 열려 있어도 쉽게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낯선 방문객에게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모습. 이곳에서 보낸 시간만큼, 햇님이의 일상엔 여유가 묻어났다.

햇님이는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선물 받은 풍산개 ‘송강’과 ‘곰이’ 사이에서 
태어난 여섯 마리 강아지 중 한 마리다. 이중 유일하게 연평도에 정착했다.

‘햇님’이라는 이름에는 평화의 염원이 담겨 있다. 
낮의 해와 밤의 달과 별이 지켜보듯 분단된 땅 위에서 평화가 퍼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연평도는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접경지역이다. 
2023년 9월부터 햇님이를 돌보고 있는 인천 옹진군청 소속 심용섭 주무관은 
“북한에서 온 풍산개의 후손인 햇님이가 주민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평화를 상징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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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님이의 가장 큰 매력은 ‘다. 

다른 풍산개와 달리 귀가 서 있지 않아 더 순해 보인다. 

하지만 애교는 거의 없다. 사람한테는 순하지만 오라고 해도 오지 않고, 앉으라고 해도 앉지 않는다. 
심 주무관은 이를 두고 “완전 차도녀(차가운 도시의 여자) 스타일”이라고 표현했다.

대신 ‘산책하자’나 ‘퇴근하자’는 말을 들으면 
꼬리를 흔들며 바로 반응한다. 

햇님이에게 ‘퇴근하자‘고 하면 운동장에서 놀다가도 
조용히 집으로 들어간다. 
그는 그럴 때 보면 사람보다 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햇님이는 1년에 한 번 인천 서구 동물병원에서 건강검진도 받는다. 
현재 건강상태는 양호하다. 

그는 눈이 내리던 한겨울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던 날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햇님이가 커서 이동 캐리어도 매우 큰데, 차량에 들어가지 않아 고생했다.
눈도 오고 추운 날이라 더욱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회상했다.

심 주무관은 햇님이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보며 아이 키우는 기분이라고 했다.

“크게 바라는 건 없습니다. 그저 햇님이가 지금처럼 아프지 말고 건강하고 밝은 모습으로 지내기를 바랍니다.”

심용섭 주무관

< 섬, 하다 >

〈섬, 하다〉는 인천 바다 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평도에서는 꽃게와 저어새, 해양쓰레기, 포격의 기억까지 
섬의 하루를 눈으로 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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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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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