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 할머니가 남긴 따듯한 이야기
트레킹을 시작하기 전 입구 언덕에 자리한 작은 비석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석에는 ‘해병 할머니, 여기 잠들다. 대청부대 장병 일동’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해병 할머니’로 불린 고(故) 이선비 여사는 1970년대 대청도 사탄동(모래울동)에서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하며 해병대원들과 인연을 쌓아온 분이다.
1974년 2월 15일 북한 함정의 함포 사격으로 어선 수원 32호가 침몰하고, 33호가 나포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대청도에는 해병대가 주둔하게 됐다.
“그 시절 해병대들은 군복 하나로 훈련복과 작업복을 겸해 입다 보니 무릎이 다 헤진 채로 다니는 병사들도 많았어요.”
이 여사는 재봉틀로 군복을 직접 수선해 주고, 휴가를 앞둔 장병에게는 새 옷을 지어주기도 했다.
야간 초소 근무를 나가는 병사에겐 라면 한 그릇을 끓여주고, 때론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가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