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위는 약 10억 년 전에 생겼습니다. 
땅속 깊이 묻혀 있던 암석층이 지각에 수평 방향으로 압력을 받으면서 점차 지상으로 밀려 올라온 거죠.”

 조철수 백령·대청 지질공원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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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년의 시간이 새겨진 ‘나이테바위’

2025년 9월 2일 오후 인천 옹진군 대청도 농여해변. 
조철수 백령·대청 지질공원 해설사가 수직으로 우뚝 솟은 나이테바위 앞에서 설명을 시작했다. 

성인 키의 두세 배는 훌쩍 넘는 이 바위는 멀리서 보면 
나무껍질처럼 갈라진 겹겹의 주름이 인상적이다.

“옛날 어르신들은 이 바위를 고목 껍질을 닮았다고 해서 ‘고목바위’ 또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생겼다고 해서 ‘나이테바위’라고 불렀습니다.”

이 바위는 서로 다른 성질의 암석이 동일한 방향의 압력을 받으며 휘어진 결과물이다. 
시간이 흐르며 물성이 약한 층은 풍화로 깎여 나가고, 단단한 층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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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 표면에는 물결무늬처럼 생긴 ‘연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10억 년 전 얕은 바다에서 바람에 의한 물결이 만들어낸 무늬입니다. 
신기한 건 지금도 이곳 해변에서 똑같은 연흔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거예요.”

이 현상은 지질학의 ‘동일 과정의 법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지구에서 일어난 지질 작용이 현재에도 동일한 원리로 
반복된다는 이론인데 한 장소에서 과거와 현재의 
지질 변화 과정을 동시에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술 가치가 크다.

조 해설사는 “나이테바위는 국내외 지질학 전공 대학생들의 교육 자료로 쓰일 만큼 전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지질유산”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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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여’라는 이름의 어원에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농사 ‘농(農)’더불어 ‘여(與)’ 자를 쓴다고 
하지만 전해져 오는 이야기는 조금 다릅니다.”

조 해설사는 주변 바위를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갔다.

“대청도는 다른 섬보다 지각변동을 강하게 받아 
바위들이 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모습이 장롱, 즉 ‘농짝’을 닮았다고 해서 ‘농(籠)’ 자를 썼고, ‘여(礖)’는 물속에 잠긴 바위를 뜻하는 옛말에서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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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 위에 자라는 신비한 모래섬 ‘풀등’

나이테바위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사막의 모래언덕처럼 하얀 모래톱이 길게 펼쳐져 있다. 

“저기 허옇게 쌓인 게 풀등입니다. 바다에서 생기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흔치 않아요.”

풀등은 원래 강 하류에서 물이 빠진 뒤 드러난 모래 위에 풀이 자라며 형성되는 지형이다. 

썰물 때 모습을 드러내는 모래톱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하며 백령도 방향으로 길게 뻗은 모습이 장관이다. 

일반 해수욕장보다 모래가 단단해 맨발로도 쉽게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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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철수 해설사는 풀등 면적이 
해마다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물 빠지면 잠깐 드러날 정도였지만 
지금은 풀등 크기가 눈에 띄게 커졌고, 
새로운 모래톱이 여러 겹으로 생겨나고 있어요.

 주민들 사이에선 언젠가 풀등이 백령도까지 이어져 
자연스러운 다리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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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테바위를 지나 농여해변을 따라 걷다 보면 미아해변이 나타난다.
과거에는 농여해변에서 미아해변으로 이어지는 길과 나이테바위 주변은 바닷물에 잠겨 있었다.
15~20년 전만 해도 여기 대부분 바위가 물에 잠겨 있어서 당시 주민들은 물속 바위에 붙은 전복이나 해삼을 따서 먹기도 했죠.”

하지만 최근 수십 년 사이 모래가 점차 쌓이면서 해변이 육지처럼 연결됐고
이제는 관광객들도 걸어서 지질 명소를 둘러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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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해변의 이름도 흥미롭다. 
옛날 배의 왼쪽을 ‘미압’이라고 불렀는데 위에서 보면 
이 해변이 배의 왼편을 닮아 미압이라 하다가 점차 ‘미아’로 불리게 됐습니다.”
< 섬, 하다 >

< 섬, 하다 >는 인천 바다 끝에 사는 섬 주민들 이야기다.

대청도와 소청도에서 10억 년 시간의 흔적이 새겨진 서풍받이와 나이테바위, 모래가 만든 해안사구, 117년간 불을 밝혀 온 소청등대까지 섬의 삶과 변화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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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