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면이 떨어지자마자 유압 기계에 부착된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면을 익히는 시간은 정확히 ‘57초’. 타이머가 울리기 직전 채로 면을 건져 차가운 물에 식힌 뒤 그릇에 담았다.

57초일 때 면이 가장 맛있고, 메밀 향이 가장 풍부하다.

고명은 오이, 계란 반쪽, 무가 전부다. 얼음도 없다. 사골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다 이가 차가울 정도로 시원한 냉면 맛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김창유 대표는 “소 잡뼈를 끓여서 육수를 뽑고요, 동치미도 넣습니다. 아무래도 면도 직접 뽑고 국물도 깔끔해서 육지에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서 ‘백령도 냉면이 시원하더라, 맛있다’고 소개하고, 그걸 듣고 오시는 분들이 계신데, 그럴 때 정말 기분이 좋아요.”라고 말했다.


20250624_백령도_메밀냉면_시골냉면_백령냉면_012A6907.jpg
20250624_백령도_메밀냉면_시골냉면_백령냉면_012A6727.jpg
20250624_백령도_메밀냉면_시골냉면_백령냉면_012A6820.jpg
20250624_백령도_메밀냉면_시골냉면_백령냉면_012A6850(0001).jpg



20250624_백령도_메밀냉면_시골냉면_백령냉면_012A6769.jpg
김 대표는 “까나리액젓을 넣으면 비린내가 나지 않으면서 특유의 감칠맛이 돌아요. 냉면에 한 숟가락만 넣어도 처음엔 짜다가 먹다 보면 구수한 맛이 나요. 그래서 냉면에 까나리액젓이 없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메밀부터 까나리액젓, 김치에 들어가는 배추와 무 등 모든 식자재를 백령도 현지에서 직접 구해 사용하고 있다.
“백령도에서 나는 메밀과 까나리로 손님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요. 농민과 어민들께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20250624_백령도_메밀냉면_시골냉면_백령냉면_012A6871.jpg
그러면서 그는 최근 메밀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부터는 메밀을 아예 못 심고 있어요. 주민들 연령이 높아지면서 농사짓는 분들이 거의 없거든요. 

주민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메밀로 만든 냉면을 맛있게 해드리고 싶은데, 농사를 안 짓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아쉽죠.”

백령도 냉면은 사람과 땅, 바다와 계절이 함께 빚은 음식이다.

점점 사라져가는 메밀밭이 아쉽지만, 그 맛을 지키고자 오늘도 면을 뽑는 이들이 있어, 이 섬의 여름은 아직 단단히 살아 있다.

/백령도=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
< 섬, 하다 >


< 섬, 하다 >. 인천의 바다 끝에 사는 섬 주민들 이야기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선 북녘을 마주한 채 물질을 이어가는 해녀와 점박이물범, 그리고 주민들이 즐겨먹던 냉면까지 섬의 삶과 변화를 기록했다. 
진수_선배.jpg
양진수 부장
회진다시.jpg
정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