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23일 

어민의 하루
오전 4시 46분
인천 옹진군 연평도에서 
어선 한 척이 어둠을 가르며 조용히 바다로 나섰다. 
배에는 외국인 선원을 포함해 8명이 몸을 실었다. 
목적지는 연평도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인천의 대표 꽃게 어장, ‘연평 어장’이다.
오전 6시~오후 1시
꽃게 어장에 도착하자 
선원들은 부표에 묶인 밧줄을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그물에 엉겨 붙은 꽃게를 떼어내는 손길이 바빠졌다. 
하지만 꽃게는 지난해만큼 올라오지 않았고, 
알을 품은 암컷 꽃게(알배기)도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후 3시
조업을 마친 배는 오후 3시쯤 다시 연평항으로 돌아왔다. 
육지를 떠난 지 10시간 만이었다. 
이날 잡은 꽃게는 약 750㎏. 
15상자(1상자당 50㎏ 내외) 분량이다. 
꽃게가 담긴 플라스틱 상자는 
포크레인을 이용해 트럭에 옮겨졌고, 
어민 김정희(60)씨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운반돼 
​선별 작업이 이뤄졌다.




어업에 40년 넘게 종사해 온 
박태원(65) 선장도 
조업을 포기해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박 선장은 최근 꽃게가 거의 잡히지 않자 
낙지, 소라 등으로 어종을 바꿔 
조업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낙지는 지난 6월 중순부터 
금어기에 들어갔고 
​결국 지금은 소라 잡이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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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어장은 산란기 꽃게 보호를 위해 봄 어기(4∼6월)와 가을 어기(9∼11월)에만 조업이 허용된다. 
봄에는 알을 밴 암꽃게, 가을에는 수꽃게를 주로 잡는다. 

연평꽃게 수산물 위판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연평어장에서 잡힌 꽃게는 117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22t)과 비교해 약 81%줄었다
최근 봄철 어획량인 2020년 155t, 2021년 232t, 2022년 432t, 2023년 425t과 비교하면 눈에 띄게 낮은 수치다. 

어민들은 올해 봄 연안 수온이 예년보다 낮아 꽃게가 서해 연안에 도달하는 시점이 평소보다 약 3주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4월 1일부터 조업을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실제 출어4월 20일이 돼서야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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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가을 어획량 감소는 
산란량꽃게(유생) 밀도 감소로 이어졌고, 
강수량도 줄어들며 해안으로 유입되는 
영양염(꽃게의 주요 먹이원인 플랑크톤)도 부족했던 점이 
올해 봄 어획량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아울러 “꽃게 어획량은 가을철 어획 결과가 
이듬해 봄 어획량에 영향을 미치지만, 
봄 어획량이 같은 해 가을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2019년 이후 꽃게 평년 어획량은 증가하는 추세다.
다만, 꽃게가 수온 등 외부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올해 가을 어획량을 예측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어민들은 기후 변화와 정부의 경직된 어업 정책이 맞물려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꽃게 어획량이 급감하자 옹진군은 조업 기간을 
15일 연장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건의했지만 
형평성과 절차상 문제를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섬, 하다 >

〈섬, 하다〉는 인천 바다 끝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연평도에서는 꽃게와 저어새, 해양쓰레기, 포격의 기억까지 
섬의 하루를 눈으로 보고, 기록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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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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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라 기자